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 지네딘 지단이 며칠 전 금지약물 복용 의혹으로 이탈리아 법원의 공판 출석요구를 두번째 거절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사실 지난해는 어느 해보다 세계스포츠계가 약물파동으로 얼룩졌었다.
2003파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단거리 2관왕 켈리 화이트의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시작된 미국 육상선수들의 약물 파문이애틀랜타올림픽 여자 4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크리스티 게인스와남녀 400ｍ 허들 챔피언 에릭 토머스, 샌드라 글로버, 시드니올림픽 남자 1600ｍ 계주 우승자 캘빈 해리슨 등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들로 확대되더니 드디어 도핑테스트를 피하기위해 합성스테로이드 ‘테트라하이드로게스트리논(THG)’까지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축구에서도 지단이 전 소속팀인 유벤투스 시절 조혈제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을 복용한 혐의로 같은 유벤투스 출신인 로베르토 바조, 델 피에로, 필리포 인자기 등과 함께 법정출두 문제로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영국축구대표팀의 수비수인퍼디낸드가 도핑테스트에 불응해 영국축구협회로부터 중징계를받았다. 또 중국에서도 베이징 궈안팀의 수비수 장 샤우이가 2차 도핑테스트에서까지 에페드린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발표됐다. 그야말로 약물과의 전쟁이다.
왜 선수들은 약물을 사용할까. 한두가지로 요약하기는 힘들지만자기 자신의 문제, 약물 자체의 효능 외에 주변 환경과도 연관되어 있다.
조사연구에 의하면 약물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자신들의운동수행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데 실망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심리적, 물질적으로 의존할 수있는 요소들을 찾는다고 한다. 금지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약물사용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남들도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있다. 자기 스스로선택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복용하게 되며 대부분정확한 약물의 작용은 물론 부작용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 스타가 누리는 명예와 특권만을 부러워한다든지 돈이나광고와 같은 재정적 보상에만 집착하거나 혹은 이를 지도자나 부모, 프로모터가 부추기는 것도 약물 복용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최근에는 스포츠계가 글로벌화되면서 약물을 사용하는 친구나 그로 인해 유명해진 다른 운동선수와 어울릴 기회가 많아지는 것 또한 문제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육상, 역도, 수영, 보디빌딩 등 11개 종목에 대한 평시 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약물 복용 금지는 경기의 공정성이나 윤리적 도덕적인 스포츠맨십, 약물복용 파동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때문만은 아니다. 약물의 부작용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선수 자신의 건강에 관한 문제다. 결국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 한국체대교수·한의학박사 ojk88@netian.com
출처: 문화일보 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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